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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글을 쓰기에 앞서 오직 수요일 저녁 나 개인의 시각에 비친 경찰의 모습에 느낀 점을 서술하는 것임을 밝혀둡니다. 넓은 서울광장의 한가운데 서서 173cm 키의 눈높이로 바라본 그날의 광경입니다. ^^ 전지적 작가시점(경찰서장 or 현장 경비과장 시점)에서 바라보면 달라질수 있음을 저도 알고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2011년 11월 21일(화)..

한미FTA비준안이 국회서 통과를 합니다.
비준에 동의하신 국회의원님들 면면을 확인할 수 있는 경향신문 2011년 11월 24일자 1면 기사를 기억합시다. ^^

<사진출처 : 경향신문 2011년 11월 24일(목)자 1면>

2011년 11월 22일(수)..

오후
06시 50분.. 시청역 5번출구를 통해 서울광장에 도착, 서울광장의 대부분은 겨울 스케이트장
                개장을 위해 펜스가 쳐저 있었습니다.
07시 00분.. 저녁을 안 먹은 관계로 인권위원회 빌딩 옆 맥도날드 2층서 햄버거를 맛나게 먹었
                습니다. 맥도날드 2층 창가로 경찰병력들이 하나둘 모이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리
                고, 4열종대로 수십명씩 골목 어딘가로 인솔되어 사라집니다. "경찰 참 많이도 모
                이는구나!" 하고 감탄을 했습니다.
07시 30분.. 햄버거를 먹고, 다시 서울광장으로 갔습니다. 광장 한가운데는 공사중이기 때문에
                인권위원회 빌딩 쪽으로 치우친 광장 한켠에 모두들 앉아서 발언대에서 하는 이야
                기를 경청했습니다. 일부 과격한 주장이나 억측도 있었지만, 치기어린 10~20대 학
                생들의 발언에 웃으며 즐겼습니다. ㅎㅎ
08시 00분.. 원래 나꼼수 4인방이 나온다고 했던 시간입니다만, 시민들의 발언이 계속됩니다.
08시 15분.. 드디어 나꼼수 4인방 중 3명(정 의원, 김 총수, 주 기자)가 발언대에 올랐습니다.
                그중 정봉주 전 의원만이 이래저래 발언을 합니다. 심각한 이야기(민주당 탈퇴하
                란 집회 참가자들의 요구 빗발)도 깔대기를 들이대며 잘 정리하더군요. 역시 정치
                인의 말빨은 대단!! ^^;;
08시 30분.. 나꼼수 4인방 중 지각한 김용민 교수가 나타나 조현오 경찰청장 성대모사를 하여,
                한바탕 웃고 나니 뒤에서 경찰의 집회해산을 종용하는 방송을 합니다. 정봉주 전
                의원 말이 빨라지며 다음주 수요일(11월 30일) 무료 나꼼수 콘서트 하겠다며 서둘
                러 발언대에서 내려옵니다. 저도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서울광장에 있던 참가
                자들은 대부분 자리에 앉아 있더군요. 아무래도 만여명(정봉주 전 의원 추산
                10,002명 ㅋㅋ)이 서울광장서 한꺼번에 일어나면 상당히 붐빌 듯 하여 서둘러 일어
                났습니다.

<사진출처 : 다음 지도_서울광장>
08시 40분.. 서둘러 일어났음에도 집회 중간 쯤에 자리잡은 관계로 시청역 5번출구까지 가는데
                상당히 혼잡해서 움직이기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거의 다왔다 싶었는데, 경찰들의
                시청역 5번 출구를 막아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서두른다 노력했지만 결국 경찰
                에 의해 막혔습니다. 해산하려던 시민들 중 여러명이 경찰들에게 항의를 했습니다.
                '집에 가려는 데 왜 길을 막냐?' '길을 터라' 등등.. 게중엔 점차 언성이 높아지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ㅡㅡ;; 허나, 묵묵무답인 경찰들에게 항의해봐야 목만 아프죠.
                경찰 애들도 상부지시에 따를뿐이니.. 그때, 무전기를 가지고 있던 경찰상관이 다
                른 출구로 가라고 말합니다. 플라자호텔 방향의 횡단보도(대한문 쪽)를 가르키는
                듯 했습니다.
08시 45분.. 플라자호텔 횡단보도도 경찰에 의해 막혀 있었습니다. 그곳도 역시 몇몇 시민들이
                출구를 내달라고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플라자호텔 로비는 호텔직원들에 의해 막
                혀있었습니다. 플라자호텔 좌측 도로(플라자호텔-하나은행 사이 도로)도 경찰에
                의해 막혔습니다.
08시 50분.. 광장측을 바라보니 대다수의 시민들이 국가인권위원회 빌딩 방향으로 모이는 것이
                보였습니다. 첨부된 지도로 보자면 부산은행 있는 곳입니다. 제가 저녁으로 햄버거
                먹던 맥도날드 있던 곳이죠. ㅡㅡ;; 제가 지나온 곳에서 아련하게 자진해산 경고방
                송이 들려옵니다. "헐~ 출구를 다 막고 자진해산하라고 경고를 하네" 하고 혀를 찼
                습니다.
08시 55분.. 부산은행 앞에서 난생 처음으로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시위진압형 차량을 보았
                습니다. 전에 뉴스를 통해 보았던 트랜스포머 차량! 차벽을 만들어주는 차량이었습
                니다. 얼핏 봐선 4~5m 정도 되는 플라스틱 투명벽인데 그 위용이 대단했습니다.
                왠지 근처에 있다간 봉변을 당할 듯 싶었습니다. 가뜩이나 추운데 이렇듯 서울광장
                모든 출구를 막고, 심상찮게 자진해산 경고방송을 끊임없이 하는 걸 봐서 왠지 물
                대포를 쏠 거 같았습니다. '설마 이 추운날 쏘겠어?'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불안감
                에 그 자리서 피했습니다.
09시 00분.. 프레지던트 호텔 쪽에 돌아가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찰들이
                모든 도로를 막다보니 도로엔 파란색 노선버스와 일부 승용차가 서있을뿐 도로가
                텅 비어이었습니다. 출구를 못 찾은 시민들이 도로를 활보하고 있었습니다. "허~
                이거 사진찍어놓으면 집회참가자들이 도로를 불법점용했다고 하겠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09시 05분.. 모든 출구가 막혔다는 생각이 들자.. 더욱 추워졌습니다. 얼른 따뜻한 집에 가고 싶
                었습니다. 갑자기 이 추운날 모든 출구를 막고 있는 경찰이 미워졌습니다. ㅡㅡ;;
                주변을 살피다보니 편의점과 일식 선술집이 여전히 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렇
                게 추운 날엔 따슷한 정종이 땡기죠. 낼름 일식주점에 들어가 술을 시켰습니다.
09시 10분.. 주점서 몸을 녹이며 트위터를 검색해보았습니다. 헐..물대포 사용 ㅡㅡ;; 영하 3도.
                체감온도 영하 6도라는데 물대포를 사용했다네요. 주점 밖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아비귀환이네요. 물이 젖은 시민들이 춥다고 난리입니다. "미친 놈들" 이란 단어가
                아무런 여과없이 나왔습니다.

2011년 11월 26일..

토요일 저녁 양평동 코스트코를 들러 송어회 한접시와 와인 두병을 샀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저와 제 아내 이렇게 넷이서 오붓하게 주말 만찬을 즐겼습니다.

때마침.. TV서 수요일 영하의 날씨에 물대포 사용한 것에 대한 뉴스가 나오네요.

아버지 왈 - 불법집회를 하니까 물대포 사용하는 게 맞다. 라는 의견을 내십니다.

워낙에 이명박 정권에 우호적인 아버지시기에 그동안에도 4대강이라던가, 서울주민투표, 서울시장 선거 등에서 한나라당에 힘을 실어주던 아버지셨습니다. ^^;; 물론 가족들과의 대화로 인해 투표에선 한나라당을 지지 철회하셨습니다만..

암튼, 수요일 그 자리에 있었던 저와 제 아내는 아버지께 당시 상황을 말씀드렸습니다.

저와 제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신 아버지는 큰 충격에 빠지신 듯 당황하셨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겠지요.
주요 언론에서 불법집회 및 폭도들을 진압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물대포를 썼다는 식으로 보도를 했으니 아버지께선 이를 사실인양 받아들이셨던 겁니다. 헌데, 늘 얌전하던 아들이 당시 집회는 평화롭게 진행되었고, 아무런 소란없이 자진해산하려 했는데, 오히려 경찰들이 자진해산을 방해하고 급기야 시민들을 폭도로 몰며 물대포를 쐈다고 하니.. 아들말이 믿기지 않으셨던 거 같습니다.

갑자기.. 어머니께서 가끔 이야기 해주시던 '광주 민주화운동'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계엄령이 떨어지고, 언론에선 일제히 광주에서 빨갱이들이 모여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떠들었답니다. 하여, 서울에 계시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정말 광주에서 빨갱이들이 선량한 시민들을 죽이고 다닌다고 믿었고, 빨갱이들을 욕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다 2주 정도가 지난 후.. 명동성당에 광주사태를 찍은 사진이 걸려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셨다고 합니다. 모든 언론에서 말하는 것과는 다른 사건이었음을 알게 되어 놀라셨습니다. 외국에선 이미 '광주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다 알고 있는데.. 한국인들만 모르고 있었다는 겁니다.

아버지께 말씀드렸습니다.
"아버지.. 예전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주요언론이 시민들에게 보여주던 것처럼, 지금도 주요언론은 이명박 정권에게 유리한 이야기만 주로 보여줍니다. 젊은 세대들이 인터넷과 트위터 등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보고 알기 때문에 이명박 정권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예요. 수요일 직접 그 자리에 있던 제가 본 상황과 주요언론이 보도하는 내용이 너무나 달라요."

아버지께선 한참 이야기를 들으시곤 피곤하시다며 잠자리에 드셨습니다.

아버지와의 대화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평생을 정부가 하는 일에 설마 사욕(私慾)이 있겠냐? 실수가 있겠냐? 며 늘 가진자들을 옹호하시던 아버지의 가치관을 변화시킬 수 없을지 모릅니다. 젊은 세대들의 놀라운 정보습득력에 놀라시면서도 힘든 일이나 작은 고난에 인내하지 못하는 가벼움에 실망하시곤 하는 기성세대에겐.. 젊은 세대들의 비판적 시각을 경박하다 생각하시는 듯 합니다.

기성세대 어르신들은 한국전쟁 후 잿더미 속에서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낸 훌륭한 분들입니다. 조금은 이치에 안맞고, 도리에 안맞는 일들도 그들 스스로 인내하고, 감내하여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드셨습니다. 젊은 세대에게도 이처럼 인내하고 감내하여 주기를 바라시는 부분이 있음을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느끼게 됩니다.

기성세대 어르신들은 모두가 훌륭한 분들이십니다. 다만, 안타까운 건.. 이분들의 인내와 희생으로 이룬 일들을 몇몇 소수의 집단과 개인이 착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 아버지께 이러한 부분을 말씀드리곤 하지만, 그정도는 감내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니.. ^^;; 대화가 더이상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ㅎㅎ

허나, 지난 수요일(22일) 물대포 사용은 너무나 비인간적이며, 몰상식적인 경찰의 대응이었습니다. 경찰들이 시민들에게 물대포를 사용하면서 내건 이유는 "불법집회 및 불법적인 도로점거"였습니다만, 제가 현장서 본 모습은 오히려 "평화로인 집회였고, 신고된 시간(밤 9시) 내에 자진해산을 하던 중이었으며, 인도를 통해 해산하려 했습니다. 반대로 경찰들은 인도를 막고, 도로를 막고, 도로 위 버스와 승용차마저 못 움직이게 막는 등 불법적인 집회진압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 사견입니다만.. 경찰이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영하의 날씨에 물대포 사용이란 극악한 방법을 쓴 이유가 "불법집회 및 불법도로점거"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한미FTA비준 원천무효화라는 주장이 경찰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아닌지 추측해 봅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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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archjang
일단.. 만들면서 생각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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