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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분당에선 "이제야 mb 뽑은 맛 나네"

2008년 9월 8일(월) 12:06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김혜원 기자]이명박 정부가 9·1 세제개편안을 내놓았습니다. 봉급생활자들과 관련이 있는 소득세 감면도 있지만, 부자들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그리고 상속세 인하가 주요한 내용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개편안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주는 추석선물이라도 되는 듯 자화자찬, 생색내기에 바쁘지만 집도 없고 물려줄 재산도 없는 서민들에게는 전혀 해당도 되지 않는 정책인지라 비판여론이 적지 않습니다.

정부는 왜 이처럼 대부분의 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정책을 내 놓은 것일까요?

9·1 정책이 발표된 이후 강남·분당 쪽에 살고 있는 몇몇 아줌마들을 만나보고서야 비로서 그 의문이 조금은 풀리는 듯 했습니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실질적인 혜택을 받는 이해 당사자들이 본 정책은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좀 달랐습니다.

"우리 모르는 체 하면 그야말로 배신이지"


정부가 발표한 9.1세제개편안은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인하를 주요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에서 평당 가격이 가장 높은 아파트로 알려진 서울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봄에 서울 강동구 쪽에 있는 땅을 몇십평 팔았거든. 거의 20년 가지고 있던 땅인데도 양도소득세가 장난이 아니더라. 6억 5천에 팔았는데 양도소득세가 1억3천이 나온 거 있지. 일부만 잘라 팔았으니 망정이지 다 팔았으면 억울해서 어쩔 뻔 했니."


"형님도 그랬구나. 나도 좀 참고 기다려볼 걸. 뭔 대책이 나오지 않을까 그렇게 기다리다 하도 소식이 없기에 6월에 작은 아파트 하나 처분했잖우. 월세 받아서 생활비에 보태다가 애들 앞으로 해주려고 했는데 세금 많이 나오지, 상속을 해도 반은 세금으로 바쳐야하지 집값은 자꾸 떨어진다고 하지.그래저래 팔았더니 세금만 6천 가까이 나왔지 뭐야. 너무 억울해서 낸 세금 돌려달라고 하고 싶어."


"그러게 내가 정권 바뀌면 달라질 거라고 했잖아. 조금만 기다렸으면 세금 그렇게 때려맞지 않아도 됐을 텐데. 이제 시작이니 기다려보면 부동산 부양 정책이 또 나오지 않겠어?  우리가 한나라당 찍어주고 MB 지지한 이유가 뭔데. 이런 우리들을 모르는 체 한다면 그거야말로 배신이지. 배신."

위 내용은 강남이나 분당에 살면서, 서울에 땅이나 집을 가지고 있는 10억 이상의 자산을 가진 40-50대 주부들의 이야기입니다. 정부의 감세안이 발표된 이후에 제 주변에 살고 있는 이웃과 지인들을 통해 전해들은 내용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줌마들은 이미 선거 전부터 오늘의 대책을 예감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정권만 바뀌면 뭔가 그럴 듯한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가지고 그날이 오늘일지 내일일지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기다림 끝에 복음과도 같은 희소식을 접한 아줌마들은 조금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역시 믿어주고 기다려 준 보람이 있다고 합니다. 부동산에서 만큼은 김대중 정부도 노무현 정부도 두손 두발 다 들었다는 강남 아줌마 불패신화. 이번 정권의 감세정책에도 그 무섭다는 강남아줌마들의 입김이 작용한 건 아닐까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대목입니다.

그동안 목마르게 부동산 부양대책을 기다려 왔다는 이 아줌마들은 스스로를 결코 부자의 대열에 올려놓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10년, 15년 전에 강남이나 분당에 사두었던 집과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얼마간의 부동산들이 세월이 지나면서 가치가 올라 어느날 보니 10억 정도의 자산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이 2%를 위한 정책을 내놓고도 중산층을 위한 정책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스스로를 탈세나 투기와도 거리가 먼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라는 이들은 소위 말하는 '잃어버린 10년' 동안 별다른 이유 없이 국가로부터 알게 모르게 역차별을 당해왔다고 합니다. 서민과 빈곤층에 대한 복지와 지원, 부의 분배, 다 함께 잘사는 나라라는 명목으로 각종 세금을 신설하고 중과해갔지만 정작 자신들은 국민으로서 받을 수 있는 어떤 혜택에서도 제외되는 소외계층이 되어버렸다고도 합니다.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자활근로대 마을. 이 판자촌은 공교롭게도 타워팰리스로 상징되는 초고층 아파트와 양재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서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전통적인 지지층에게 추석선물 준 이명박 정부


"재산세·자동차세·의료보험료·부가가치세·양도세·상속세…. 세금 꼬박꼬박 내도 나라에서 정말 일전 한 푼 도와주는 거 없더라. 우리 어머니 치매로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데 그나마 우린 장기요양보험도 못 받는 거 있지."


"지난 10년 동안 가진 자는 무조건 나쁜 사람이라는 의식이 팽배했던 것도 사실이잖아. 실제로 보면 여유있게 사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저마다 잘살아보려고 노력을 하면서도 좀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썩 좋은 시선을 보내지는 않았잖아. 민주주의 사회에서 부자로 잘사는 것이 왜 비판받아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니까."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많이 줄어들 거라지만 난 이해할 수가 없더라.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정책을 잘 썼더라면 부동산값이 이렇게 올라갔겠냐구. 정부에서 정책을 잘못 써서 부동산 값을 올려놓고 이제 와서 불로소득을 얻었으니 세금을 물리겠다는 거 아냐. 달랑 집 한 채 살면서도 종부세까지 꼬박꼬박 내는 거 억울해."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보유세는 물론 양도소득세와 상속세까지 적게는 몇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의 세금을 절감하게 된 그녀들은 요즘 등을 짓누르던 세금부담이 사라져 여간 마음이 가벼운 것이 아니랍니다.

마치 미리 만나 서로의 답답함을 이야기하고 입이라도 맞춘 듯 가려운 곳만 시원하게 긁어 주고 있는 9·1 세제개혁안. 이것을 일러 동병상련이라고 해야 할까요?

지난 10년간 알게 모르게 마음고생을 해 왔다는 그들에게 9·1세제개혁안은 작지만(?) 의미 있는 위로를 준 듯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해 왔던 전통적 지지층에게는 추석대목을 맞아 준비한 선물꾸러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싶습니다.

이제야 대통령 뽑은 맛이 조금씩 나기 시작한다는 아줌마들. 아줌마들은 대통령이 줄 다음 선물을 기다리며 그에게 더 큰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다음엔 추석선물보다 더 큰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신년선물을 준비하고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말입니다.

이 시점에서 지난 10년간 지겹도록 살기가 어려웠기에 잘 먹고 잘 살게 해주겠다는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한 대다수 나머지 지지자들은 이 내용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요. 과연 그들에게도 잃어버린 10년 이전과 같은 기회가 찾아오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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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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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archjang
일단.. 만들면서 생각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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