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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수학이야기](39) 주변에서 보이는 √2
입력: 2008년 11월 17일 15:07:54
ㆍ보도블록·카메라 렌즈에 숨어있는 ‘이상한 수’

거리를 걷다 보면 여기 저기 아름다운 보도블록을 보게 된다. 그 중에서 그림과 같은 보도블록도 볼 수 있다. 이 모양은 정사각형을 반으로 나눈 것을 이용한 것인데 이와 같이 우리 주변에서는 정사각형과 그 대각선을 자주 볼 수 있다.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사각형의 대각선의 길이는 제곱하여 2가 되는 수, 즉 √2=1.4142135623...과 같이 한없이 계속되는 무한소수이다.

우 리는 중학교 3학년에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배운다. 피타고라스는 ‘직각삼각형에서 빗변의 길이의 제곱은 다른 두 변의 길이의 제곱의 합과 같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명하였는데,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사각형의 빗변의 길이가 √2가 된다.

자연수만을 수라고 여기던 그 당시에 이러한 이상한 수(이런 수를 무리수라고 한다)의 등장은 아마도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유명한 수학자 피타고라스와 그의 제자들에게도 이 √2에 대한 문제는 너무 어려운 문제였고, 그 수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면 그들이 지금까지 믿어오던 수체계가 흔들리게 되는 것이었다. 그들은 그 사실을 기밀로 감추었다. 이렇게 엄청난 무리수 √2를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 학생들에게도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피타고라스와 그의 제자들이 그랬듯이 √2는 심오한 수이지만 우리 주변에서 의외로 쉽게 발견되기도 한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카메라에서 찾을 수 있다. 요즘은 휴대폰에 있는 카메라 기능 말고도 조그만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편리하게 자동으로 맞춰놓고 사진을 찍어도 되지만 조금 더 나은 사진을 찍으려면 아무래도 날씨가 맑고 흐림에 따라서 수동으로 카메라를 조작해야 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일부러 많은 빛에 노출시키거나 빛에 노출시키지 않기도 한다. 어두운 데서 우리 눈의 동공이 커지듯이 카메라도 빛의 양을 조절하는 곳이 있는데 그것이 조리개이다. 조리개는 여러 개의 날개로 되어 있는데, 조리개의 값(F수)에 따라서 날개가 움직이며 빛의 양을 조절한다.

카 메라 렌즈를 보면 F1.4, F2, F2.8, F4, F5.6, F8, F16, F22 등과 같이 표시된 숫자를 볼 수 있다. 이 수들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2≒1.4에 차례로 √2를 곱해준 값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그렇게 만들었을까? 조리개는 그 수가 클수록 좁아지고, 작을수록 반대로 커지게 되어 있다. F수를 한 단계 높이면 조리개가 렌즈를 적당히 가려서 빛이 들어오는 부분의 넓이가 반으로 줄어든다. 원의 넓이는 π에 반지름의 제곱을 곱하게 되므로 넓이가 배가 되려면 반지름은 √2배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조리개의 수치는 √2와 관계가 있는 것이다.

반면에, 셔터를 열고 닫는 속도 역시 빛의 양과 관계가 있다. 셔터의 개폐 속도는 B, 15, 8, 4, 2, 1, 1/2, 1/4, 1/8, 1/15, 1/30, 1/60, 1/125, 1/250, 1/500, 1/1000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한 단계 옮기면 속도가 반으로 줄어들게 되어 셔터의 개폐 속도와 조리개의 F수를 잘 조합시켜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A4 용지나 B4 용지에서도 √2를 찾을 수 있다. A계열에서 A4 용지를 반으로 접으면 A5가 되고, 두 장을 붙이면 A3이 된다. B계열의 용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처럼 반으로 접어도 처음과 같은 모양이 되도록 하려면 가로와 세로의 길이의 비가 1:√2가 되어야 한다. 황금 분할비인 1:1.618이 가장 아름다운 비율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종이의 경우에는 그런 비율보다 1:√2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종이를 반으로 잘랐을 때 처음 종이와 같은 모양이 되도록, 즉 잘라서 버려야 할 불필요한 부분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피아노에도 √2가 존재하고 있음을 아는가? 피타고라스가 서양의 7음계를 만든 이후 오랜 세월 동안 7음계를 수정해 왔다. 그래서 지금은 평균율을 채택하고 있다. 평균율은 7음계에 반음을 추가하여, ‘도, 도#, 레, 레#, 미, 파, 파#, 솔, 솔#, 라, 라#, 시, 도’와 같이 12음계로 구성된다. 그리고 낮은 도와 높은 도의 진동수를 낮은 도의 진동수의 2배가 되도록 하였다. 그러므로 각각의 음 사이의 진동수의 비는 a의 12승=2가 되는 값, 즉 a≒1.0595이다. 그 중에서 파#의 진동수는 낮은 도의 진동수의 √2배가 된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필자의 집에 있는 선풍기를 살펴보니, 중간에 있는 원의 반지름이 14cm, 바깥의 가장자리 원의 지름이 20cm인데, 여기에도 1.4와 2의 관계가 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 1, 2, 3…과 같은 자연수뿐만 아니라 √2도 여러 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을 찾아서 볼 수 있는 수학적인 눈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세상을 수학적인 눈으로 본다는 것! 꿈같지 않은가?

<강문봉 교수 | 수학과 문화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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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archjang
일단.. 만들면서 생각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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