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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에세이] 자녀에겐 ‘돈보다 시간’ 애정 쏟는 프랑스 부모

2008년 10월 14일(화) 1:43 [중앙일보]

[중앙일보 전진배]  파리 근교에 사는 안 롤랑(41)은 두 딸을 키우는 맞벌이 여성이다. 그가 퇴근해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대개 오후 8시를 지나서다. 집에 오면 몸이 파김치 같지만, 롤랑은 하루도 빠짐없이 두 딸 조르단(15)과 티파니(12)의 학교 과제물을 챙긴다. 롤랑은 “피곤하기도 하고 숙제 봐주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아이와 함께 학교 생활과 관련된 대화를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조르단의 재즈 수업과 티파니의 유도 강좌에도 함께 가곤 한다. 롤랑의 육아담을 들으면서 유별난 엄마가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지난주 경제지 레제코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그는 프랑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엄마다. ‘프랑스 부모들이 얼마나 자녀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가’라는 주제로 프랑스 초·중등생 학부모 1009명을 조사한 결과 부모 10명 가운데 8명은 매일 저녁 자녀들과 학교 숙제를 하고 있었다. 엄마만 따로 통계를 내보니 91%나 됐다. 주중에도 자녀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한다는 부모는 95%나 됐다. 주말은 99%였다. 일찍 숙제를 마치는 날에는 함께 대화를 나누거나(68%), 책을 읽는 경우(51%)가 많았다. 부모 세 명 중 한 명(29%)은 아이들과 함께 인터넷 서핑을 즐기기도 했다.

휴가 중에 아이들과 여행을 하는 부모(97%)들은 한결같이 친밀도가 훨씬 높아진다고 추천했다. 최근 만난 맞벌이 엄마 블로(41)도 “지난여름 온 가족이 알프스로 여행을 떠나 아이들과 등산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그는 “1년간 고생하는 보람을 아이들과의 여행에서 찾는다”고 말했다. 연 5주씩 휴가를 쓰는 프랑스식 근무제도 덕분이기도 하지만 아이가 조금 크고 나면 가족 여행은 생각도 않는 우리와는 다른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레제코는 “직장 여성 증가로 아이 교육에 문제가 많다는 우려가 있지만 현재까지 프랑스 사회에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가정에서의 아이들에 대한 관심은 학교로 이어진다. 대부분의 유치원과 초·중학교는 학기 초가 되면 학부모들을 학교로 불러 담임 교사가 교육 계획을 브리핑한다. 모든 학부모가 나올 수 있도록 휴일인 토요일 오전이나 저녁 퇴근 시간 이후에 한다. 이때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는 아이 지도법 등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오간다. 학기 중에도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행사가 종종 마련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교육비 투자는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다. 우리는 사교육비 마련을 위해 엄마가 대리 운전 아르바이트를 하고,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기러기 아빠가 늘어나는 현실이다. 그러나 많은 부모가 정작 아이들을 위해 얼마나 시간을 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우리도 프랑스 부모들처럼 돈 대신 시간과 마음을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전진배 파리 특파원
▶전진배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allon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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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archjang
일단.. 만들면서 생각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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