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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K-pop이 인기라고 들떠있다.

무엇이 이리도 K-pop을 흥하게 했을까?

한국 내 모든 음원서비스 사이트엔 정액제가 있다.
한달 일정금액을 내면 무제한 음원을 들을 수 있다. 많이 들을 수록 돈을 낸 이는 이득이다.

소비자로선 자유시장을 만난 셈이니 이득이 많다.

반면, 생산자인 음원제작자는 어떨까?
음원서비스사이트엔 베스트, 신곡, 장르별 등등 분류하고 이를 노출시키는 고유권한이 있다.
즉, 음원제작자는 음원서비스 사이트에 굽신거려야만 좋은 자리..소비자들에게 많이 노출되는 곳을 차지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대형기획사나 거대제작사의 음원이 늘 전면에 배치된다.

자유시장이 형성되어 음원제작자들 사이엔 부익부 빈익빈이 생긴다.

여기에 정액제로 인해 노출많이 되고, 플레이 많이 된 노래들이 소비자가 낸 정액요금 중 음원권리자에게 배분되는 20~35%(65~80%는 음원서비스 사이트가 꿀꺽, 반면 애플 아이튠즈는 30%만 꿀꺽 ㅡㅡ;; 연합뉴스 <디지털 음원 '수익배분' 문제 재부상>) 중 대부분을 가져간다.

가뜩이나 분배되는 수익금도 적은데, 그중 대부분을 대형기획사나 거대제작사가 가져간다.
더욱 악화되는 부익부 빈익빈이다.

다시 K-pop의 부흥을 바라본다.
대부분 대형기획사가 만들어낸 노래들이다.
오랜 기간 기획하고 많은 투자를 통해 만들어낸 연예인들이다. 세계 어디에 내어놓아도 멋지게 활동할 스타들이긴 하다.
헌데, 씁쓸한 뒷맛은 왜일까? 마치 대형제과회사가 만든 값싼 과자를 먹는 느낌이다.
소비자로선 값싸게 과자를 즐길 수 있다만, 그 옛날 동네 제과점들이 각기 기술과 노하우를 뽐내 다채롭게 만든 맛의 향연은 없다.
대형기획사가 기획하고 제작하고 관여하여 만들고 크게 히트친 노래들이 대다수 그런 듯 하다. 대형제과회사서 생산하는 과자처럼.. 소비자의 입맛을 분석하여 잘 팔릴 과자만 만드는 건 아닌지 노파심이 생기고, 이 노파심에 뒷맛이 씁쓸한 게 아닐까?

글을 쓰다보니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노래" 대신 "건축"을.. "정액제" 대신 "건축용역비".. "음원제작자" 대신 "건축가".. "대형기획사" 대신 "대형설계사무소".. "거대제작사" 대신 "대형건설사"..로 치환해보니 딱 건축설계시장의 이야기다.

대략 10여년전.. 우리나라 건축계에도 스타 건축가가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고, 이런 시류 때문인지 매스미디어에 노출되는 스타 건축가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스타처럼 반짝거렸다. 아주 반짝이었다. 시간상 말이다. ㅡㅡ;; 지금은 세인들의 관심 밖이다.

당시 스타 건축가에 대한 선망과 더불어, 건축시장에선 설계단가에 대한 이견도 많았다. 스타 건축가들이 밀려드는 설계용역 의뢰로 인해 너무나 싸게 설계단가를 후려치는 바람에 그 외 건축가들은 홍역을 치뤄야 했다. "스타 건축가도 평당 5만원 부르는데.. 당신은 왜 더 받는거요?!"라며 따지는 건축설계 의뢰인들의 불만과 호통을 들어야 했던 것이다.
대형기획사나 거대제작사가 음원서비스 사이트의 불합리하고 저렴한 요금제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수익을 독식하여, 해당 시장경계를 망치는 불합리한 수익구조를 묵과하듯이.. 스타 건축가들과 대형설계사무소들이 그리 하였다.

우리나라 대형건설 프로젝트 일수록 설계수준이 낮아진다. 기획설계가 실시설계로 진행될 때쯤 참여건설사의 요청에 따라 평면들이 획일화, 정형화되고 '단가는 작고 시공이 편한, 공정관리가 편리한, 하자보수 우려가 적은' 설계를 하게 되기 때문에.. 설계당선 평면과 실제 건축물 평면이 상당히 다르다. 게다가 공간의 멋&맛도 사라진다. 무미건조해지는 거다.
대형기획사나 거대제작사가 소비자 입맛에 딱 맞고 잘 팔릴 상품만 기획,제작,생산,판매하듯이 건축물도 그리 되는 것이다. ㅜㅜ

K-pop이 전세계에서 유행하는 것처럼..
과연 대한민국 건축설계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그리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건축가를 키우기 위해서.. 대형설계사무소나 대형건설사의 오랜 트레이닝과 체계적인 기획과 투자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헌데, 그러다보면.. 지금도 부익부 빈익빈인 건축설계시장의 양극화도 더 심해지는 건 아닐까?

궁시렁거리다 보니.. 자유시장이란 게 진리인가?! ^^ 하는 회의감이 생긴다.
(혹여 자유시장을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듯 하여 사족을 단다. 난 자유시장을 옹호한다. 다만, 승자독식의 자유시장에 양극화는 시장 붕괴(독과점 상태)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늘 숙지하고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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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archjang
일단.. 만들면서 생각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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