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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한겨레신문 2008.10.14(화)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15979.html>

건축은 뽐내기 위한 게 아니다
한국 온 세계적 건축가 레고레타
한겨레 임종업 기자
대중의 행복을 위한 봉사여야
환경이 뭘 원하는지도 늘 생각
서귀포 ‘카사 델 아구아’ 설계

“건축물은 대중을 위한 봉사이어야 하며, 그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77)가 서울에 왔다. 그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 홍익대 가람홀에서 건축가 및 건축가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영혼과 건축의 세계’라는 제목의 강연을 한 뒤, 기자와 만나 자신의 건축철학을 들려줬다. 레고레타가 한국에 온 것은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제주)의 ‘카사 델 아구아’ 호텔 및 리조트 레지던스 프로젝트 때문. 바다를 굽어보는 5만3천㎡ 터에 호텔은 지하 2층 지상 8층, 리조트는 지하 2층, 지상 9층 규모로 설계됐다. 2010년 완공 예정으로 현재는 골조 작업 중이다.

그는 “개인의 성공을 재산의 과다로 평가하듯이 요즘 건축계가 책에 수록되는 프로젝트의 양으로 성공을 가늠하고 있다”고 건축계의 현실을 비판했다. 또 “건축은 돈 많은 귀족을 위한 것이 아니며 건축가 역시 이를 직업으로 해서 돈을 벌려고 생각한다면 실수다. 만일 돈을 벌려고 한다면 커피전문점을 차리는 편이 낫다”고도 했다.

레고레타는 멕시코 국립자치대학 건축대학 입학과 함께 멕시코 근대건축의 아버지인 호세 빌라그란의 견습생이 되어 건축계에 발을 들였다. 그 뒤 멕시코에서는 여러 곳의 카미노 레알 호텔, 아이비엠 멕시코 지사, 코닥·스미스&클라인·르노 등의 공장과 연구소, 저임금 세대주를 위한 프로젝트 등을 수행했다. 80년대부터 미국, 브라질, 일본, 카타르 등지로 행동반경을 넓혀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는 1999년 미국 건축가협회가 주는 건축가 금메달, 2005년 미주건축가협회의 금메달 등을 받았다.

»  미국 캘리포니아 페탈루마 소재의 저택. 레고레타가 설계해 2004년 완공된 작품으로 올리브 농장을 굽어보는 자리에 주황색 외벽과 하늘의 푸른색이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그의 작품들 가운데 ‘대중을 위한 건축’으로 회자되는 것은 멕시코 과달라자라의 아이비엠 공장. 그는 블루칼라 생산라인을 화이트칼라 사무실 바로 옆에 배치하고, 조립 라인의 설계를 사무용 책상과 같은 개념으로 설계했다. 또 건물 안의 열린공간들을 노동자들이 주말 또는 업무 뒤에 가족 파티·모임 장소로 쓸 수 있도록 했다. 멕시코시티의 엘 파파로테 어린이 박물관 역시 비슷한 사례다. 성인들의 참견을 일체 배제한 채 어린이에게 자유와 상상력을 줄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곳에서는 한 시간이 지나면 부모들은 신경질이 나지만 어린이들은 떠나려 하지 않는 게 특징이라고 한다.

“건축물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정감이 없으면 건축물이라고 할 수 없다.”

레고레타의 건축은 멕시코 전통 건축의 특성이 반영돼 있다. 어려서 아버지와 함께 멕시코 일주를 한 게 자양이다. 벽, 빛, 비례, 기하학적 형태, 정감, 색채 등으로 드러나는데, 이러한 요소의 결합은 ‘레고레타 스타일’이라고 일컫는다. 예컨대 그가 힘, 전통, 평화, 빛의 아이콘으로 즐겨 쓰는 ‘벽’은 뜨거운 낮 동안 열을 흡수해 차가운 밤을 덥히는 멕시코의 전통 흙벽에서 착안한 것. 르노 공장에서는 모래 언덕을 배경으로 한 건물 자체를 통벽처럼 세움으로써 사막의 쓸쓸함과 공허함을 연상시켰다. 할리우드 몬테 알반 하우스(1985)의 한 면을 틔워 시내를 굽어보게 만들고 다른 한 면은 벽으로 둘러쌈으로써 바깥과 차단하고 내부를 구획한 것도 비슷한 예다. 왁사카의 몬테 알반 유적에서 영향을 받은 ‘빛’은 벽이 드리우는 그림자, 창문 또는 격자문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 조각품과 흡사한 인공조명의 형태로 구현된다. 이들은 시시각각 변하면서 건물 공간에 생명과 특성을 부여한다. 1930~40년대 벽화운동 작가들과 연관된 노랑, 보라, 청색 등의 ‘색채’는 공간감을 풍부하게 하고 독특한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건축이 조각품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하지만 나 자신을 뽐내기 위해, 또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설계하지는 않는다. 기존 건축물과 경쟁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다만 환경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그는 옛 성당 근처에 건축물을 지을 때 성당과 건물 사이에 못을 조성해 둘 사이의 조화를 꾀하고 적당한 조망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건물들이 서로 조각품이 되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또 옛 건물터에 새 건물을 지으면서 옛 건물의 벽을 통째로 보존하기도 하고 옛 계단과 나란히 새 계단을 배치하여 두 종류의 시간이 섞인 조각품처럼 보이게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10~15%의 시간을 도시계획 무료 자문 등에 할애하지만 빈부격차가 심한 요즘 진정한 건축가로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결론 삼아 건축가 그로피우스의 말을 소개했다.

“영원히 살 것처럼 열심히 일하라. 너의 목표가 옳다면 누군가 너의 깃발을 이어받아 계속 전진할 테니까.”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ICC제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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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archjang
일단.. 만들면서 생각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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