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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년대 초반부터 대두되기 시작한 BIM(Building Imformation Method 맞나?)..

2007년 나 역시 BIM의 가능성을 보고 공부를 했다.

3차원 공간에 창조되는 3차원의 건축물을 2차원의 도면에 옮기는 작업은 참으로 고역이다.
특히, 3차원 공간감이 부족한 건축설계 초보인 나로선 ㅡㅡ;; 뷃~!!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온갖 규제를 통해 국민통제의 합리화를 꿈꾸는 대한민국의 공무원 마인드는 규제투성이 건축 관련 법규를 만들어내고, 이는 창조적 마인드로 공간 및 시간, 시각 및 촉각 등 메타포를 극대화시켜야 할 건축가의 상상력을 위축시킨다.

그러다보니, 설계는 2차원 도면에서 출발하고.. 물품을 담는데 쓰이는 골판지 포장상자처럼 BOX형 건축물만 창조해 낸다. 건축주에겐 시공의 편의성과 공사비 절감이란 핑계를 댈 수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겠다.

건축적 상상력은 거세된 채, 규제법에 얽매이고, 설계툴에 얽매이고, 건축주의 풍부한 상상력에 주눅들고, 시공업체의 빗발치는 항의에 위축되어.. 여전히 네모상자 닮은 건축설계를 하게 된다.

이러한 현실에 비판적이던 내게.. BIM은 어두운 터널 속 한줄기 빛처럼 희망으로 보였다.

허나, 막상 공부하며 접하게 된 BIM은 마법의 지팡이가 아니었다.

우선, 자신의 뇌구조(공간에 대한 틀)를 개조해야 했다. 각 층마다 동일한 높이의 바닥이 있어야 했던 2차원 설계툴은 3차원 공간조차 2차원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물론 현실은 당연히 3차원이지만.. 나의 뇌 속에선 2차원으로 정의되어 있었던 것이다. 캐드 프로그램의 까만 화면은 무한한 3차원 공간이 아닌 모니터의 2차원으로 고착화된 것이다.

BIM은 2차원으로 고착화된 내 공간감각을 깨부시는 데 일조를 한다.

너무나 좋았다. 내가 상상하던 공간을 표현하는 새로운 방법.. 게다가 효과적인 시각표현으로 설계시 오류를 검토하기 쉽고, 수정 또한 실시간으로 가능하니.. 그동안 설계사무소에서 수정작업이 발생할 때마다.. 수십장의 도면파일을 열어보고 수정하던 바보같은 짓을 안하게 될 것만 같았다... 그렇다. 될 것만 같았다.

헌데, 막상 BIM으로 만든 결과물을 도면으로 작성하는 순간.. 또다시 2차원 도면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발목을 잡는다.

도면화 작업은 또다시 추가작업이 필수였고, 디테일이 수정되면 또다시 수정작업을 해야 한다.

또다시 고민이 시작되었고, 때마침 업무가 바빠지기 시작하여 결국 2차원 설계툴을 이용하여 지금도 설계를 하고 있다.

여전히, 건축설계는 작은 변경에도 수십장의 캐드도면을 불러들여 수정작업을 해야 한다. 심지어 마감재가 변경되면 십여장의 도면에 표기된 글을 수정해야 한다. 완전 노가다다..

도면수정작업이 내 주업무가 아니지만, 옆에서 직원이 서너시간동안 수정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게 최선인가?"하며 답답해진다.

그러다.. 오늘 논문을 읽게 되었다.

건축도시연구정보센터(AURIC) - www.auric.or.kr
"BIM 도입에 따른 건축도면 표현 및 작성기법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A Study on the Problems and the Measurements for Improving Representations and Drafting Methods of Architectural Drawings by Adopting BIM)-채갑수, 이강"

BIM에 관련하여 실무적용에 관한 연구였지만, 읽다보니 국내 건축설계에 만연한 중복된 정보 표기에 대한 지적을 보게 되었다.

논문에서는 일례로,
1. 재료마감 표기 시
해외 설계사무소의 경우.. 재료마감표 및 마감상세도로 건축물의 마감을 정의하고, 그외 도면에서는 생략된다. 반면, 국내 설계사무소의 경우.. 재료마감표 및 마감상세도에도 표기하고, 그외 각종 상세평면도, 입면도, 단면도에 덕지덕지 재료를 표기한다. (한마디로 뷃~ 왜 일을 만드냐?!)
2. 화장실 상세도
해외 설계사무소의 경우.. 화장실 내 위생도기의 개수 및 위치만 간략하게 표현한 반면, 국내 설계사무소의 경우.. 위생도기의 개수 및 위치, 각 위생도기의 떨어진 치수, 재료마감, 방수턱, 방수시공 높이, 마감재료 표기 등 이미 다른 도면에서 정의된 사항들을 중복표기하고, 현장서 시공도면에나 필요한 정밀치수까지 기입하고 있다. (또 뷃~!!)

BIM 적용에 있어.. 중복표기를 당연시 여기는 국내 설계사무소의 도면작성의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관행을 꼬집는다. 맞다.. 맞다.. 정말 맞다..

왜 설계사무소 스스로 일을 주구장창 만들고 있는가?!
"내가 알아야할 것들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 라는 말처럼!! 이미 도면에 표기해야 할 모든 사항들 대부분은 건축개요, 각종 계획도 및 재료마감표 등에 적혀있는데.. 나는 왜.. 아니 국내 설계사무소들은 왜.. 이를 각종 평입단면도 및 상세도에 또 적고 있는가?
처음 작성 시엔 왠지 도면에 꽉차 보이고, 각종 주기사항과 딱 들어맞으니 설계를 합리적으로 한 거 같아 보이겠지만.. 그게 스스로 일을 만드는 바보짓임을 깨닫지 못했던 거다. ㅜㅜ;;

왜 우리는 해외 설계사무소의 수많은 참조기호를 보면서 감탄하고는 참조기호를 써먹지 못하는가?

돌이켜보면, 참 많은 시간을 사소한 재료명 표기 수정을 위해 허비한 듯 하다. 이러한 비효율적인 관행만 하나둘 바로잡아도 정시출근~정시퇴근은 아니더라도.. 프로젝트 기획 및 계획에 쓸 시간을 벌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제부턴 시공사가 빈약한 설계도면에 투덜될 때마다 맞받아칠 생각이다.

"그건 이미 건축개요, 각종계획도, 재료마감표에 있는 내용이니 더 기입할 이유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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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archjang
일단.. 만들면서 생각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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