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이상돈 “특별사면, 대통령이 명절 때 베푸는 은전?”

2008년 8월 12일(화) 오후 9:41 [노컷뉴스]



8.15 특별사면 대상자가 발표됐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경제인이 대거 포함되어 논란이다. 사실 대통령 특별사면이 이번만 논란이 된 건 아니다. 김영삼 정부가 9차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각각 8차례에 걸쳐 특별사면을 실시했다. 그때마다 매번 정치인과 경제인 사면이 논란이 됐다. 그래서 지난 노무현 정부에선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통제하자면서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사면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특별사면 논란에 대해 중앙대 법대 이상돈 교수와 짚어보겠다.

▶ 진행 : 고성국 (CBS '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
▶ 출연 : 중앙대 법대 이상돈 교수

( 이하 인터뷰 내용 )
- 이번 특별사면을 어떻게 보나?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대량 사면하는 게 특별사면인지부터 짚어봐야 할 것이다. 우리 헌법에는 사면이 두 가지가 있다.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이다. 일반사면은 국회 동의가 필요하고 특별사면은 재판의 효력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에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과거부터 특별사면권을 너무 남용했다. 너무 자주,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납득하기 어려운 특별사면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 이번 사면도 특별사면의 본래 취지에 안 맞는다고 보나?
그렇다. 일단 특별사면의 범위가 너무 많아서 법치주의를 흔들 정도로 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형 집행이 끝난 지 오래됐지만 아직도 사면복권이 안 돼서 불편하다는 경우 같으면 이해할 수 있다. 사면이라는 건 법에 따라 재판을 맞게 했는데 그것이 일반적인 법 감정 상황이 변함에 따라 맞지 않아서 특별하게 변화시켜야 하겠다는 경우에 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특별사면이 명절 때 대통령이 베푸는 은전처럼 이용되고 있다. 대단히 유감스러운 것이다.

- 이번 사면 대상자 중엔 형이 확정된 지 불과 서너 달도 안 된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몇몇 대기업 회장이나 임원 분들이다. 그런 분들이 만약 일반시민 같았으면 실형선고, 그것도 상당한 장기형을 선고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재판부에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앞으로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해서 특별하게 집행유예 판결을 한 것이다. 그런데 사실 집행유예 판결을 한 자체가 굉장히 사정을 참작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이런 판결 논리를 두고 '대한민국의 법원은 너무 인간적'이라고 비꼬는 비유를 하는 사람도 있다. 집행유예 기간도 시작하자마자, 쉽게 표현하면 법원 판결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사면복권하는 건 법치주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유감스러운 것이다.

- 화이트칼라 범죄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훨씬 더 엄하게 양형하는 것이 선진국의 추세 아닌가?
그렇다. 그건 확실하다. 미국 공화당 후보로 유력했지만 실패했던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같은 경우 원래 연방검사로서 주식사기 같은 화이트칼라 범죄에서 단호하게 대처했던 검사로서 이름을 날린 사람이다. 그리고 얼마 전에 큰 엔론 사건 같은 경우도 엄청난 장기형을 선고받고 복역하고 있다. 그런 것이 자본주의를 뒷받침하는 근간이라고 보는 것이다. 법치주의 확립 없이는 시장주의와 자본주의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게 확실한 선진국의 입장이다.

- 대통령이나 청와대에서는 '이번 특별사면이 경제 살리기라는 관점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그건 좀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다. 그 논리를 영어로 번역해서 외국에 설명하려면 설명이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싶다. 납득할 수 없는 얘기다. 기업이라는 게 다 상장기업들이고, 다 굴러갈 수 있는 것이고, 전혀 정반대라고 봐야 할 것이다.

- 이번 사면대상에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이 포함되어 있다. 이분은 아직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았는데도 형 집행 면제 특별사면 조치로 풀려나게 됐는데, 이게 법적으로 가능한가?
특별사면은 대통령 재량이기 때문에 뭐든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관행에서 벗어난 게 아닌가, 거기에 대해선 어떤 특별한 사연이 있지 않는가, 그렇게밖에 짐작할 수 없다.

- 비슷한 상황인 권노갑 전 의원의 경우는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아서 사면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법무부가 설명했다. 정치인과 경제인에 대한 적용기준 자체가 다른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지만 원래 특별사면이라는 건 대통령 재량에 맡겨진 것이기 때문에 절차상이나 법률상으로 문제되는 건 없다. 다만 그것이 국민에게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될 것이다.

- 대통령의 사면은 무엇이든 가능하다?
대통령의 사면은 사실상 예외적인 것이다. 남용해선 안 된다. 미국의 경우도 대통령 임기가 다 끝나가는 마지막 순간에 사면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어서 상당히 말썽이 있었다. 사면은 남용해선 안 되는 것이다. 납득할 수 있고,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 이명박 대통령은 '나도 사면에 부정적이지만 기업인들이 여러 가지 불편을 겪고 있어서 결단했다, 그러나 새 정부 임기 중의 부정비리에 대해선 단호히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사면과 동시에 이런 입장을 밝힌 것을 어떻게 보나?
이번 대통령 발표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사면은 현 정부 출범 이전에 법을 어긴 사안이다, 새 정부 임기 중엔 단호하게 처리하겠다, 심지어 새 정부 출범 이후의 범법행위에 대해선 사면복권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건 어떻게 보면 과거 정권의 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뉘앙스가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우리 임기 중엔 전혀 사면이 없다는 것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사면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엔 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법원 판결로서 중형이 나왔지만 여러 가지 정황에서 감형할 필요가 있는 경우는 임기에 관계없이 사면권을 행사하는 것이 대통령의 특권이자 의무다. 그건 극히 제한적인 경우다.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예전에 영국에서는 배가 난파해서 구명보트를 타고 있다가 두 사람이 작은 아이를 죽여서 인육을 먹은 적이 있다. 당시 영국 재판부에선 어떤 경우도 사람이 사람을 죽일 수 없다고 해서 교수형 판결을 내렸는데, 당시 왕이 너무 비극적이라고 해서 감형한 적이 있다. 그런 것이 내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사면의 본질인데, 요새는 사면이 너무 가볍게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 같아서 우려하는 바가 많다.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반응형

'Tod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나라 대통령. 이명박..  (0) 2008.09.02
박태환 선수가 대단함을 느낀 순간..  (0) 2008.08.13
프레시안 - 2008.08.04(월)  (0) 2008.08.04
한국일보 - 2008. 07. 18(금)  (0) 2008.07.18
연합뉴스 - 2008. 07. 18(금)  (0) 2008.07.18

WRITTEN BY
archjang
일단.. 만들면서 생각해보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