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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승계 ‘절차적 문제 없다’ 면죄부
‘에버랜드 무죄’ 기이한 논리
허태학·박노빈 1·2심서 유죄 선고와도 배치
“이사회 정족수 미달 무효” 특검판단도 무시
법원안팎 “무죄선고위해 논리 짜맞춰” 비난
한겨레
»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려고 법원 청사에 들어서며 굳은 표정으로 비에 젖은 옷을 털고 있다.(왼쪽 사진) 특검의 공소사실 대부분이 무죄로 판단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 회장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종근 김명진 기자 root2@hani.co.kr
법원이 이건희 전 회장의 주요 혐의에 무죄 또는 면소 판결을 한 것은 삼성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에 대한 1·2심 판결과 어긋날 뿐 아니라 상식적 관점에서도 여러 맹점을 드러내 논란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수뇌부가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게 헐값에 넘겨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고 경영권 승계를 도모한 일에 재판부가 면죄부를 준 이유는, 한마디로 ‘절차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기존 주주들이 인수권을 부여받아 비서실 지시에 의해 실권한 경우라도 에버랜드 지배구조 변경이나 기존 주주의 손해를 스스로 용인해 에버랜드에 대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전무에게 전환사채를 몰아준 것은 불법적인 제3자 배정이 아니라, 기존 주주들이 자율적으로 실권에 따라 이 전무가 자연스럽게 미인수 전환사채를 인수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굳이 배임죄를 따진다면 실권한 중앙일보사 등 에버랜드 법인주주 관련자들의 자기 회사에 대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존 법인주주 관련자의 배임죄 공소시효는 2006년에 이미 끝났다.

재판부는 한편으로는 비서실 지시에 따른 법인주주들의 실권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주주에 대한 협박 등의 불법행위가 있지 않는 한” 문제되지 않는다고까지 했다. 검찰이 기소한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에 대한 1·2심이 “현저하게 불공정한 발행”이라며 배임의 고의성을 인정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지난해 5월 이 사건 항소심은 이 전무에 대한 전환사채 저가발행으로 에버랜드가 89억4천만원의 손해를 봤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부는 전환사채 발행을 결의한 에버랜드 이사회가 정족수 등을 채우지 않아 무효라는 특검 및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 등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정면으로 뒤집었다. 당시 에버랜드 이사회 회의록에는 이사 17명 가운데 9명이 출석했다고 기록돼 있으나 참석자로 기록된 한 이사는 외국 출장 중이었고 또다른 이사는 참여한 기억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허 전 사장 등의 항소심은 “이사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효임이 명백한데도 유효한 결의가 있었던 것처럼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은 임무위배(배임)가 틀림없다”며, 전환사채 발행 결의는 무효라고 못박았다. 반면, 이번 재판부는 이런 절차적 문제가 “중대한 하자가 아니다”라고 결론내렸다. 이와 함께 당시 에버랜드에 긴급한 자금 수요가 없었다는 정황까지 고려하면, 이 사건은 본질적으로 이 전무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려는 구도로 진행된 게 분명함에도 재판부는 요식적 절차의 부분적 충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셈이 된다.

삼성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 사채의 가격 산정을 놓고도 재판부는 법원의 기존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특검의 기소 근거가 된 주당 5만5천원의 장외거래 가격에 대해 입증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2004년 국세청과 이 전무 등이 벌인 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에 대한 세금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주당 5만3천~5만4천원은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거래에 의해 형성된 객관적인 교환가치”라고 판단했다. 당시 삼성은 항소심 진행 중 소송을 취하해 주당 5만4천원으로 계산한 판결이 확정됐다. 또 당시 삼성 쪽이 한영회계법인에 의뢰해 허 전 사장 등의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가격인 주당 1만5501원으로 계산해도 손해액이 268억원이 돼 공소시효가 남게 되고 처벌도 가능하다.

조준웅 특검은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재판 과정에서도 삼성 쪽이 특검의 5만5천원 계산이 잘못됐다며 주당 1만5501원으로 감정한 자료를 증거로 제출했다”며 “법원은 삼성 쪽이 낸 가격보다 더 낮게 평가해 공소시효를 완성시켜 줬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이날 재판부가 이 전 회장이 세금 465억원을 포탈한 것을 인정하고도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정도 사건이라면 실형 선고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의한 탈세임을 인정하면서도 △차명계좌의 주식거래가 시세차익이 목적이 아닌 것으로 보이고 △납부를 약속했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무거운 범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법원 안팎에서는 무죄 선고를 위해 논리들이 짜맞춰진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고제규 기자 unj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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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jang
일단.. 만들면서 생각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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