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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 건축사사무소 열악한 노동환경을 언급할 때마다 나오는 박봉, 야근, 철야...

글쎄요... 이제 300인 이상 기업에서는 "주 52시간 노동"이 시행됩니다.

언론에서도 상당히 자주 이슈로 부각시키면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참에 한번 검색해 보았습니다.

"건축사사무소 주 52시간 노동"

검색결과는 전무... ㅜㅜ
야근과 철야가 많은 다른 업계들은 업계 전문신문들에서 한건씩이라도 언급이 있건만...

실망을 하다가 건축문화신문에서 자체 검색해 보니... 몇 건 나오네요.(구글에서 못 찾다니!! ㅎㅎ)

건축문화신문 : “발주처의 설계용역 과업기간 ‘공휴일 포함’ 관행 개선돼야”


<그림출처 : 고용노동부>

어쨌거나, 워낙 생산효율이 낮은 우리나라 건축사사무소인지라 직원들이 일주일에 40시간 일해서는 발주처의 납품기일을 맞추는 건 불가능합니다. 과연.. 5인 이상인 기업도 52시간 적용해야 하는 2021년까지 생산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

박봉에 야근/철야로 몸 축내며 일하는 건축사사무소 노동자분들께 생산효율 따지면 대부분이 발끈하겠지요.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데!!!"라고요.

네~ 저도 잘 압니다. 건축사사무소 직원들 중 농땡이 치며 일하는 사람은 100명 중 1명 있을까 말까죠. 팀 단위로 프로젝트 진행하다보면 농땡이 칠 인력도 없고, 한명이 농땡이치면 팀 전체에 가중되는 업무량이 확연히 느껴지니 농땡이를 잠시 칠지 몰라도 바로 발각되죠. ㅎㅎ

그래서... 직원들은 늘 열심히 일하죠. 정말 현기증 날만큼 일합니다.

문제는 열심히 일하는 건, 생산효율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점이죠. ^^;;;

탱자탱자~ 놀아도 하루 한건 처리하면 생산성은 높아지고, 죽어라~ 일해도 하루 한건 처리 못하면 생산성은 낮아집니다.

건축사사무소 직원 5명이 하루 한장의 도면을 작성하면, 5명*1장*40일=200장... 왠만한 설계라면 죄다 처리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죠. ㅜㅜ

계획도면 중 평면도, 단면도, 입면도, 마감표가 확정되지 않고, 이리 흔들~ 저리 흔들~ 평면도는 하루 1장이 아니라 프로젝트가 아니라 공사가 끝날 때까지 수시로 바뀌고, 이에 따라 단면, 입면도 수시로 바뀌고... 예산, 시공성, 타 공종과의 간섭(기계, 전기, 통신, 소방, 친환경, 에너지, BF인증 등등~!!), 건축주의 갈대같은 마음에 의해서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이러다보면, 그렸던 거 수정하다 하루가 갑니다... 이는 점차 도면 납품일이 다가올수록 심해집니다. ^^;;;;

평/입/단면도에 따라 하나둘 그리기 시작한 개념도, 계획도, 면적상세도, 각종 확대평면도, 주요부위 상세도, 잡상세도가 수십장, 수백장이 되면 아무리 유기적으로 팀을 짜고, 업무를 분배하였다 해도... 두손두발 다 들게 되는 상황이 닥칩니다.

물론 이정도 도면작업이 진행된 시기가 되면, 평/입/단면도는 요지부동이어야 하지만... 세상일이 그런가요? ㅡㅡ;;;

암튼, 작업생산성이 프로젝트 납품일에 다가갈수록 낮아집니다.

열심히 일은 하는데, 생산효율이 낮을 수 밖에 없는 이유죠.

더 슬픈 사실은, 이렇게 직원들의 생산효율이 낮아지는 이유를 건축사사무소 경영진도 잘 알면서도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입니다. ㅜㅜ

아직까지 주 52시간 노동의 포커스는 노동의 양을 따지고만 있습니다.

노동자를 대변하는 곳은, 선진국 노동자 근로시간을 데이터로 주장하고...
사업자를 대변하는 곳은, 선진국 노동자 생산효율을 데이터로 주장합니다.

둘다 맞고, 둘다 틀리겠지요. 이 두가지를 모두 아울러 주장을 해도 마찬가지로 어떨 땐 맞고, 어떨 땐 틀리겠지요.

건축사사무소에 있을 때...
제 생산성이 낮음을 탓하며, 계획 스킬을 키우고, 설계툴도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등 노력했지만, 어찌되었든 건축사사무소 내 업무효율 증대를 위해서는 단지 직원들의 스킬만 늘려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직원들 스킬이 높아질수록 도면수도 많아지고, 납품 단계에서는 많아진 도면수에 치어 오히려 건축계획 측면 및 사업성 측면에서 변경요인이 발생하여도 반영치 못하게 되더군요. 또는 반영 후 어마어마한 도면수정이 직원들 어깨를 누릅니다.

답은 직원에게도 찾아야 겠지만, 사업주로 부터 찾기도 해야하고, 일하는 방식 등도 재점검해야 할 시기라 생각됩니다.

한주간 글을 묵히고 있다보니, 주 52시간 노동이 시행된 후 기업들 간 꼼수가 이슈가 되고, 오히려 주 52시간 제약을 노동자 개인에게 떠넘기는 기업도 보이네요. ㅡㅡ;;

이럴 때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하는게 맞겠지요. ^^

[건축문화신문]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납품연기·계약금액 증액’ 가능해져
기획재정부, 개정 근로기준법 관련 ‘계약업무 처리지침’ 마련

기사를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1) 납품기한을 연장하던가!
2) 소위 급행료를 더 받던가! 라는군요.

어느 마음 착한 건축사님이라면 납품기한을 연장하겠지만... 글쎄요! 100곳 중 99곳은 급행료 받고, 직원들 혹사 하겠지요. 물론 주 52시간 단속도 6개월 유예되었으니 말이죠.
(대한민국 공무원들은 노동자 편이 아님을 다시한번 체감합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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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archjang
일단.. 만들면서 생각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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