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산에서 돈 캔다 ④수목장 돈 될까

“사업은 나중에, 일단 가꿔라”

산으로 돈 벌 수 있는 길이 하나 더 늘었다. 최근 새로운 장묘문화로 관심 받고 있는 수목장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올 4월‘장사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이하 장사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 5월부터는 수목장림 개인사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는 “개인사업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조언한다.

수목장은 고인의 주검을 화장한 뒤, 그 뼛가루를 나무뿌리 곁에 묻는 장례법을 말한다. 이 장례방식은 1999년 스위스에서 처음 시행됐으니 세계적으로도 역사가 매우 짧다. 국내에 도입된 것은 2004년. 하지만 3년 만에 수목장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KBS에서 실시한 ‘수목장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자료를 보면 수목장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이 76.8%, 수목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사람들이 76.1%로 압도적이었다. 특히 과반수 이상(61.6%)이 본인의 장례를 수목장으로 치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단시간 내에 수목장이 각광 받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묘지 면적의 포화, 기존 장묘문화의 허례허식, 환경친화적 사고의 확산 등을 이유로 꼽는다. 하지만 가장 보수적인 문화 가운데 하나인 장묘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혁명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에는 다소 놀라는 분위기다. 이러한 열기를 등에 업고 수목장을 사업화하려는 사람들 또한 늘고 있다.


무턱대고 뛰어들면 낭패… 20년은 유지·관리해야

고려대 환경생태연구소에서 산주들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변우혁 교수는 “수목장 사업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며 걱정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그가 걱정을 하는 이유는 충분한 준비 없이 사업을 시작할 경우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의 경우 나무들이 아직 자라는 중이기 때문에 적어도 20년 동안은 유지·관리를 해야 하는데 이 경우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간다는 것. 따라서 그는 “숲이 효율적으로 관리되기 전까지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법인 등이 맡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산주라면 적어도 20년 동안은 정부에서 보조해주는 관리비로 숲을 가꾸는 일에 주력하라는 말.

수목장이 가장 발달한 형태인 독일의 경우는 우리와 여건이 한참 다르다. 독일 숲의 나무들은 이미 다 자랐기 때문에 그에 따른 숲 관리비용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독일의 숲은 주로 평지이기 때문에 자연재해로 인한 훼손위험이 적다. 또한 독일은 강우량이 많은 편이어서 산불도 드물다.

하지만 국내의 상황은 숲 관리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고, 숲이 주로 경사지에 있기 때문에 침식우려가 크며, 산불 위험에서도 안전하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눈앞의 돈에 치중하기보다는 멀리 내다보고 기반을 먼저 닦는 게 현명한 판단일 것으로 보인다.

화장시설 확충, 의식 변화 등 선결과제

그러나 이미 불법 수목장사업이 성행 중이다. 장사법이 시행되는 내년 5월 26일 이전에는 개인 수목장사업이 모두 불법이다. 산림청이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단속을 실시해 9곳의 불법 수목장림을 적발했지만 음성적인 거래까지는 막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으로 사업을 하다 적발될 경우는 시설물을 철거해야 하는 등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자신의 선산에 직접 수목장을 한다면 당장은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장사법이 시행된 후에는 시행령에 부합되지 않을 경우 법적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당장 서두르는 것보다는 내년 5월 장사법이 시행되고 산림청의 양평 수목장림이 완공되는 시점을 생각하는 편이 안전하다. 장사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까지, 턱없이 부족한 화장시설의 확충문제와 국민들의 의식개선 문제도 선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납골당에 대한 수요가 늘었음에도 화장시설은 전국적으로 47개 밖에 없을 정도로 부족한 상태다. 특히 인구 2000만의 수도권에는 4개에 불과하다. 때문에 화장시설 확충 없이 수목장을 허가할 경우 혼란이 빚어지리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또 국민들이 수목장을 묘지의 개념으로 여길 경우 혐오시설로 오해, 기피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국민들이 수목장을 묘지가 아닌 ‘숲을 가꾸는 곳’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의식을 변화시키는 작업 또한 중요하다. 수목장 사업은 ‘좋은 숲’이 전제돼야만 한다. 하지만 좋은 숲은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선결 과제들을 무시하고 단기적 사업아이템으로만 접근할 경우 돈벌이가 안 되는 것은 물론 소중한 자연의 일부마저 파괴하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


◇변우혁 고려대 환경생태학부 교수(‘수목장을 실천하는 사람들’ 상임운영위원장)

“수목장은 숲을 느끼고 체험하는 것”

 

▶수목장림 건설을 위한 숲 관리 요령은 무엇인가.
중요한 것은 접근과 관리가 용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산의 경사도가 많이 좌우한다. 될 수 있으면 완만한 곳이어야 접근하기도 쉽고 관리비용도 적게 들기 때문이다. 경사도가 25도 이상인 곳은 법적으로도 허가가 나지 않는다. 또한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 사업주체를 정부단체나 공공법인으로 제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조성비나 관리비는 어느 정도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가. 국민 의식조사에서는 ‘100만원 이하’ 의견이 가장 많았는데.
이 부분은 여전히 논의 중이다. 현재는 15년 단위로 관리비를 받고 3회까지 연장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단체나 공공법인이 관리한다면 200만원 정도가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나무 1주에 5기가 함께 묻힐 수 있으니 가족묘로도 적당하고, 장례절차가 없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는 큰 부담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개인사업자들의 경우는 사업체에 따라 가격이 더 오를 것이다.

▶추모목은 어떤 방식으로 선택하는 것인가.
따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개인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국내에서는 소나무와 참나무가 인기가 많다. 인위적으로 옮겨 심지만 않는다면 자연에 있는 나무라면 어떤 종이든 상관은 없다. 단, 추천하고 싶지 않은 나무가 있다면 낙엽송이다. 이 나무는 낙엽이 분해되지 않아 토양을 척박하게 만든다.

▶수목장을 국내에 들여온 주인공이다. 현재 국민들의 반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은 거꾸로 불을 끄고 있는 입장이다. 양평의 수목장림 조감도가 공개됐을 때 많은 지탄을 받았다. 산림청에서도 난리가 났다. 그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그 관심만큼 의식수준도 함께 높아졌는지는 모르겠다. 아직까지 수목장을 묘지 개념으로만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현재는 홍보보다는 의식을 바꾸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수목장을 이용하려는 사람이라면 그 그본 취지를 이해해야 한다. 우선은 숲을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숲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수목장을 단순히 새로운 형태의 묘지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수목장의 장례제의는 숲을 느끼고 체험하는 것 자체다. 중요한 것은 수목장을 계기로 훌륭한 숲을 만드는 것이다.

 

※사진 설명 : 2004년 9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임학계의 거두 故 김장수 교수의
수목장을 지냈다. 그 후 3년, 수목장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재훈 기자(huny@ermedia.net)

2007년 10월 21일 06시 16분

반응형

WRITTEN BY
archjang
일단.. 만들면서 생각해보자. ^^

,